비즈니스 

국내 최초 제형변경 개량신약
메조피(MEZOFY)

2025.04.22

신약 개발에는 평균 10년 안팎의 시간과 3조원 이상의 자금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신약 개발은 주로 글로벌 빅파마를 비롯한 대형 제약사가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CMG제약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필름형 조현병 치료제 메조피(Mezofy)를 개량신약으로 품목허가를 받아 중견 제약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새로 제시했다.

국내 제약사들의 미국 시장 진출은 주로 신약이나 복제약(제네릭)을 중심으로 한다. 신약은 한 번 상업화에 성공하면 막대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복제약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개발비용과 까다롭지 않은 승인 절차로 시장에 빠르게 진출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그러나 신약은 개발에 막대한 비용이 들고, 성공확률도 높지 않다. 품목허가를 받아도 시장에서 성공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복제약은 시장에 빨리 진출할 수 있지만, 미국 시장의 경우 제품명이 아닌 성분명으로만 마케팅과 처방이 가능하며, 약가도 낮다는 한계가 있다.

반면 개량신약은 오리지널 의약품의 화학적 구조나 제제 등을 변형해 안전성이나 유효성, 유용성 등을 개선한 약물이다. 그래서 오리지널 의약품을 뛰어넘는 경쟁력이 없다면 기존 의약품이나 복제약보다 시장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반면 강점도 있다. 개량신약은 임상 1상만으로도 품목허가 신청이 가능하며, 복제약보다 약가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또 복제약은 성분명으로만 마케팅과 처방이 가능하지만, 개량신약은 제품명으로 마케팅과 처방이 가능해 시장에서 높은 인지도와 로열티를 구축할 수 있다.

CMG제약의 메조피는 이러한 개량신약의 가능성을 보고 개발된 제품이다. 메조피는 미국 FDA 품목허가를 받은 네 번째 국내 개발 개량신약이다. 2003년 한미약품이 역류성식도염 치료제인 ‘에소메졸캡슐’로 FDA 품목허가를 받은 것이 첫 사례이며, 이후 셀트리온이 개발한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치료제가 2018년과 2020년 각각 FDA의 승인을 받았다.

메조피는 최초의 제형변경 개량신약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기존 국내 제약사의 개량신약은 주성분의 염(Salt, 용해도 개선이나 안정성 향상 등을 위한 성분)을 변경하거나, 기존 의약품의 주성분을 조합한 단순 복합제다. 메조피는 제형 기술의 차별성과 환자 중심의 복약 순응도를 개선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바탕으로 개발되어 허가를 받은, 진정한 의미의 개량신약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미국 FDA로부터 개량신약으로 허가를 받은 필름형 조현병 치료제는 메조피만이 아니다. CMG제약이 2019년 12월 품목허가를 신청하고 허가가 지연되는 사이 중국 XIAMEN LP PHARM社가 동일한 필름형 치료제 ‘오핍자(Opipza)’를 2024년 7월 FDA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두 제품 모두 아리피프라졸을 주성분으로 하는 구강 필름 제형이지만 여러 측면에서 차별성이 있다. 먼저 메조피는 CMG제약의 독자적 제형 기술인 STAR FILM™ Technology로 제형 기술에서 오핍자보다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 기술을 토대로 CMG제약은 메조피 필름의 크기와 두께는 최소화하면서도, 최대 15mg까지 용량을 안정적으로 구현했다. 또 자극성이 적고 복용 편의성을 고려한 첨가제를 더해 복약 순응도도 우수하다. 반면 오핍자는 피부 및 구강 점막에 자극성이 있고 제조 공정 상 물과 접촉하면 다량의 기포가 발생하는 분말형 계면활성제를 사용해 메조피 대비 만족도가 낮다.

제조 품질도 우수하다는 것이 CMG제약의 설명이다. 메조피는 미국 및 유럽 GMP 인증을 모두 획득한 독일 Labtec(랩텍) GmbH 제조소에서 생산된다. 이곳은 글로벌 수준의 품질관리 시스템을 바탕으로 높은 신뢰성과 일관된 품질을 보장한다.

조현병을 비롯한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들은 약물을 복용하는 것이 쉽지 않다. 증상이 악화되면 약을 거부하거나 뱉어내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업계에선 정신질환 환자의 복약 순응도와 투여 편의성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리피프라졸 또한 오리지널 약물은 정제(태블릿)이지만 경구용 액상 제제, 구강붕해정, 장기지속형 주사제 등이 나온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하지만 위의 제제들은 한계도 존재한다. 가장 두드러지는 단점은 투약 사실을 타인이 인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신질환 환자는 본인이 약물을 복용하는 것을 숨기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제나 액상 제제는 ‘약을 먹는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쉽다. 또 한 알 단위로 계량이 가능한 다른 약물과 달리 액상 제제는 복용량이 부정확해질 수 있으며, 구강붕해정은 입 안에 잔류물이 남아 이물감이 심하다.

최근 아리피프라졸 치료제 제형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장기지속형 주사제는 장점과 단점이 명확하다. 먼저 장점은 1회 접종만으로 수 개월 간 효과를 볼 수 있어 환자의 편의성을 높였다. 반면 환자들이 주사를 맞는데 거부감이 상당하고 의사의 정기적인 모니터링이 이뤄져야 하는 등의 한계도 명확하다. 실제로 CMG제약이 조사한 결과 여전히 환자의 90%가 경구 복용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질환 환자의 필름 제형 약물의 선호도는 미국 Invidior社가 개발한 오피오이드 사용 장애 치료제인 ‘Suboxone®(서복손, 성분명 부프레노르핀·날록손)’의 성공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서복손은 2018년 기존 정제형에서 필름형으로 제형을 바꿔 출시된 제품이다. 필름형 특유의 복약 순응도 개선 오남용 방지 측면에서 우수성을 인정 받았다. 출시 5년이 지난 2023년 기준으로 서복손 필름 제형은 부프레노르핀·날록손 성분 시장에서 61% 점유율을 보이고 있으며, 연간 매출은 11억 달러(약 1.6조원)에 달한다.

아리피프라졸의 주요 적응증인 조현병은, 미국 기준 시장 규모가 2025년 약 12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아리피프라졸의 용도 특허가 완료되며 조현병 외에도 양극성 장애, 주요 우울장애, 뚜렛장애 등으로 적응증이 추가되며 관련 시장은 22조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CMG제약은 우수한 복약 순응도와 경쟁력 있는 약가 전략을 바탕으로, 미국 시장 진출 5년 내에 연간 판매고 1000억원 이상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CMG제약은 2025년 하반기까지 미국 현지 유통 파트너 선정 작업을 완료할 예정이다. 유통 파트너와의 협력 하에 약가 협상을 통해 제품 가치를 입증하고, 경쟁력 있는 약가 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다. 유통 파트너 협상 및 약가 승인 소요 기간을 감안할 때, 메조피의 미국 시장 출시 시점은 2026년 상반기로 예상된다.

마케팅을 위해 제품명도 신경썼다. CMG제약은 의료 전문 BI 업체인 ‘브랜드 인스티튜트(Brand Institute)와 협의해 이름을 데핍조에서 메조피로 바꿨다. 타 제품과 혼동되지 않으면서도 기억하기 쉽고, 제품의 정체성과 안전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이름이다. 메조피(MEZOFY)는 ‘Medication Oral Film for Psychiatry(정신과용 구강 약물)’와 ‘Melt in your mouth for Schizophrenia(입 안에서 녹아내리는 조현병)’의 의미를 담고 있으며, 조현병을 포함한 정신질환 환자들이 치료를 지속할 수 있도록 설계된 최적의 제형 경험이라는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반영했다.

CMG제약은 메조피의 미국 시장 안착에 온 힘을 기울일 계획이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의약품 가격 구조를 갖고 있으며, 특히 개량신약의 경우 오리지널 대비 높은 약가를 받을 수 있다. 이러한 환경을 고려할 때 초기 자원을 미국 시장에 집중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고 전략적인 선택이라는 판단이다. 이렇게 미국 시장에서 제품의 시장성과 수익성을 입증한 뒤, 글로벌 시장 확장에 순차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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