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 

효과는 Up, 통증은 Down
차백신연구소 대상포진 백신

2023.11.08

국내 대상포진 예방백신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의약품 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 대상포진 예방백신 시장규모는 204억원이었는데, 올해 상반기에는 454억원으로 2배 이상이 됐다. 분기별로 따지면 2022년 4분기 105억원에서 2023년 1분기 219억원, 2023년 2분기 235억원을 기록했다.

대상포진 백신의 성장세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줄어들었던 백신 접종의 증가, 일부 지자체의 고령층 접종 사업 등에 힘 입은 것이지만, 재조합 단백질 백신의 등장으로 시장 규모 자체가 커진 것이 주 원인으로 꼽힌다. GSK의 재조합 단백질 대상포진 예방백신인 ‘싱그릭스’가 2022년 12월 출시된 이후 매출이 2배 이상으로 성장한 것이 그 방증이다.

대상포진 백신 시장이 커지면서 국내 기업들도 개발에 나서고 있다. 차백신연구소는 싱그릭스와 동일한 방식의 재조합 단백질 백신 후보물질 ‘CVI-VZV-001’을 개발 중인데, 싱그릭스보다 효과가 우수하고 부작용은 적은 제품으로 시장을 주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상포진, 산통∙수술통증보다 더 아파

대상포진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과거 수두를 앓았던 이들은 수두 바이러스가 신경에 잠복해 있는데, 면역력이 떨어지면 잠복해 있던 바이러스가 활성화돼 대상포진으로 발병한다. 대상포진은 피부발진, 수포, 통증을 수반하는데, 통증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의학적 통증 척도(SF-MPQ)에 따르면 대상포진으로 인한 급성 통증 수치는 22로, 수술 후 통증(15)이나 출산 시 산통(18)보다 높다.

대상포진은 50대 이상 고령층에서 많이 발병한다. 심평원 HIRA빅데이터개방포털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국내 대상포진 환자는 72만 5800명이며 그 중 46만 5500명(64.1%)가 50대 이상으로 나타났다.

대상포진의 합병증 중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만성통증으로, ‘포진 후 신경통(PHN)’이 대표적이다. PHN은 대상포진 발병 시 나타난 발진이 사라진 이후에도 통증이 계속되는 질환이다. PHN의 의학적 통증 척도(SF-MPQ) 수치는 20으로 만성 암 통증(8), 류마티스성 관절염(10)보다도 더 높다.

PHN은 대상포진이 발병한 직후 환자가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면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다. 그러나 PHN이 발병하면 통증이 매우 심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 이때 항우울제나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통증을 조절하는 수준으로 완치를 위한 치료제는 아니다. 그래서 PHN, 그리고 이를 유발하는 대상포진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재조합 단백질 백신’으로 무게중심 이동

대상포진 예방백신은 2000년대 들어 처음 등장했다. 머크(MSD)가 개발한 ‘조스타박스’가 그것이다. 조스타박스는 2006년 美 FDA에서 처음 허가를 받았고 국내에서는 2012년 허가를 받았다. 이후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한 ‘스카이조스터’가 세계에서는 두 번째, 국내에서는 최초로 개발되어 2018년부터 본격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 두 백신은 대상포진 바이러스의 독성을 약화시켜 인체에 투여하는 ‘약독화 생백신’이다. 50대와 60대에게 60~70%의 예방효과를 보이고, 1회만 접종하면 되어 간편하다. 그러나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예방효과가 떨어져 70세 이상에서는 30%로 낮아진다.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접종하는 방식으로 노약자나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2017년 출시된 GSK의 ‘싱그릭스’는 이러한 단점을 보완해 나온 재조합 단백질 백신이다. 재조합 단백질 백신은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활용해 바이러스와 유사한 형태의 항원을 만드는 방식으로, 감염 위험이 없어 안전하다. 가장 큰 장점은 강력한 예방효과다. 60대 97.4%, 70대 91.35% 등 모든 연령대에서 90% 이상의 방어율을 보였다. 만 18세 이상 면역저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도 안전성을 확인해 암이나 장기이식 환자 등 면역이 저하된 이들에게도 투여가 가능하다.

이러한 강점으로 싱그릭스는 대상포진 백신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2017년 싱그릭스가 출시된 당시에는 대상포진 전체 시장이 7억 8300만 달러였고, 그 중 싱그릭스가 28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2019년 대상포진 백신 시장은 23억 2900만 달러로 3배로 성장했으며, 그 중 99% 이상을 싱그릭스가 차지했다. 국내에서도 출시 7개월 만에 47.4%의 시장 점유율을 보일 정도로 급성장 했다.

통증 없고 치료 가능한 백신 개발에 박차

<차백신연구소 연구진이 백신 개발에 힘쓰고 있다.>

싱그릭스도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단점은 바로 통증이다. 싱그릭스는 소위 ‘가장 아픈 백신’이라고 할 정도로 접종 후 통증이 심하다. 미국 CDC(질병통제예방센터)는 싱그릭스 접종 후 발열 및 근육통이 발생할 수 있으며 1~2일 일상생활이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싱그릭스에 사용된 면역증강제 AS01을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확히는 AS01의 주 성분인 QS-21 성분이 통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AS01을 제외한 싱그릭스 백신 투여군의 임상에서는 통증 이슈가 크게 줄어들었다.

차백신연구소가 개발 중인 대상포진 예방백신 후보물질 ‘CVI-VZV-001’은 싱그릭스와 동일한 재조합 단백질 백신으로, 싱그릭스가 가진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CVI-VZV-001은 재조합 단백질 항원에 차백신연구소가 독자개발한 면역증강제 ‘리포-팜(Lipo-pam)’을 조합했는데, 리포-팜에 포함된 면역증강 활성 성분은 만성 B형간염 치료백신 임상시험에서 통증 이슈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CVI-VZV-001에 사용된 리포-팜은 T-세포를 활성화해 바이러스를 직접 공격하는 세포성 면역반응을 유도한다. 세포성 면역반응이 유도되면 우리 몸이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를 공격해 감소시켜, 대상포진과 PHN을 예방하는 것은 물론 대상포진 환자를 치료하는 것도 가능하다.

약독화 생백신은 바이러스가 살아 있어 감염의 위험이 크다. 대상포진 환자에게 투여가 불가능하다. 싱그릭스는 재조합 단백질 백신으로 대상포진 환자에게 투여할 수 있지만, 통증이 심하다. 극심한 통증을 갖고 있는 대상포진 환자가 맞기 어렵다. 반면 CVI-VZV-001은 통증이 없어 예방은 물론 치료백신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2024년 하반기 기술이전 예상, 치료백신 임상도 추진

CVI-VZV-001 임상은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2022년 5월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1상 IND를 신청했고 12월에 승인을 받았다. 2023년 5월 첫 환자 투여를 했고, 10월에 투여가 완료될 정도로 빠른 진도를 보이고 있다.

임상 1상 관찰에서는 통증 등의 부작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래서 차백신연구소는 기존 임상보다 더 높은 용량에서의 안전성과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백신의 용량을 늘린 추가 임상을 신청해 10월에 승인을 받았다. 차백신연구소는 임상 1상을 성공리에 마무리한 뒤, 2024년 하반기를 목표로 글로벌 제약사와 공동임상 혹은 기술이전을 추진할 계획이다.

대상포진 예방을 넘어 활용 범위도 넓혀갈 계획이다. 현재 진행 중인 임상1상을 성공리에 완료한 뒤, CVI-VZV-001을 대상포진 환자에게 투여하는 임상1/2a상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 임상은 대상포진이 PHN으로 진행되는 것을 억제하는 PHN 예방백신의 목적과, 대상포진 자체를 치료하는 목적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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