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 

글로벌 백신 패러다임을 바꾸는 ‘면역증강제’

2025.12.18

백신은 크게 항원과 면역증강제로 구성된다. 항원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불씨’라면, 면역증강제는 그 불씨를 더 크고 오래 타오르게 하는 역할을 한다.

백신 산업은 과거 항원 개발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최근 백신 효과와 지속력이 감염병 대응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면서 면역증강제는 단순한 보조제가 아니라 백신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로 자리잡았고, 이에 따라 글로벌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감염병기술전략센터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면역증강제 시장은 2022년 15억 7141만 달러(2조 3138억 원)에서 2030년 44억 8923만 달러(6조 6103억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는 연평균 14%에 달하는 성장률이다.

이러한 성장에는 ▲고령화에 따른 고면역원성 백신 수요가 증가하고 ▲코로나19 이후 신규 감염병에 대한 대응이 중요해졌으며 ▲대상포진·RSV(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HPV(인유두종바이러스) 등을 대상으로 한 프리미엄 백신 시장이 확대되고 있고 ▲WHO(세계보건기구)·유니세프·CEPI(감염병혁신연합) 등에서 글로벌 접종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등 여러 요소가 영향을 미쳤다.

면역증강제는 작용 방식에 따라 TLR(Toll-like Receptor)을 자극하지 않는 계열과 TLR을 직접 자극하는 계열로 나뉜다.

비TLR 계열은 우리 몸의 특정 수용체(TLR)를 건드리지 않고, 항원이 더 오래 머물고 잘 전달되도록 도와 면역반응을 자연스럽게 강화한다. 가장 널리 쓰이는 알루미늄염(Alum)이 대표적이며, 항원을 서서히 방출해 지속적인 면역형성을 유도한다. 에멀전(물과 기름을 미세하게 섞은 물질)이나 식물추출 사포닌 등도 이러한 방식이다.

반면 TLR 계열은 이름 그대로 TLR이라는 면역 수용체를 직접 활성화해 선천면역을 빠르게 깨우는 방식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TLR4는 세균의 특정 성분(LPS)을, TLR3는 바이러스에서 나오는 이중가닥 RNA를 인식해 각각 세균·바이러스에 맞는 면역반응을 강하게 유도한다. 이처럼 특정 TLR을 선택적으로 자극하면 원하는 방향으로 면역반응을 설계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면역증강제 기술은 1세대 Alum 기반의 단순 보조제에서, TLR 작용제에 항원 전달·면역세포 표적화 기술을 결합한 3세대 면역증강제로 진화하고 있다. 전 세계 70개 이상의 기업 및 연구기관이 면역증강제 개발에 참여하고 있으며 GSK, 사노피, 노바백스 등 글로벌 소수 제약사 중심으로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자체 개발 면역증강제를 활용해 백신을 개발 중이기도 하다. GSK는AS01을 활용한 대상포진 백신 ‘싱그릭스(Shingrix)’를 비롯해 다양한 프리미엄 백신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다이나백스는 CpG1018 기반 B형간염 백신 ‘헤프리사브-B(Heplisav-B)’로 FDA 승인과 미국 시장 진입에 성공했으며, 노바백스(Matrix-M), CSL 시퀴리스(MF59) 등도 자체 기술을 기반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면역증강제 관련 특허는 미국·유럽·일본 등을 중심으로 집중되어 있으며, 글로벌 상위 5개 기업이 전체 특허의 40%를 보유하고 있다. 높은 진입장벽과 기술 집중도는 면역증강제 분야가 백신 산업의 핵심 경쟁축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 면역증강제 시장은 2022년 2173만 달러에서 2030년 5759만 달러(연평균 13%)로 성장할 전망이다. 일부 기업은 해외 기술을 도입하며 신규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VFI(백신제형연구소)의 면역증강제를 도입해 신규 독감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와 함께 면역증강제를 자체 개발해 적용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큐라티스, 유바이오로직스, 아이진 등이 자체 플랫폼 기반의 백신을 개발 중이며, 보고서는 국내 개발 역량이 점차 확대되는 추세라고 설명한다.

이 가운데 차백신연구소는 자체 개발한 L-pampo™와 Lipo-pam™을 기반으로 면역증강제 적용 백신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보고서는 차백신연구소가 해당 플랫폼을 토대로 예방·치료 백신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차백신연구소는 지난 9월 Lipo-pam™을 CEPI가 운영하는 ‘Adjuvant Library’에 등재했으며, 이는 국제 백신 연구기관이 활용할 수 있는 면역증강제 목록에 포함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어 10월에는 재조합 단백질 대상포진 백신 후보물질 CVI-VZV-001의 임상 2상 IND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하며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백신 패러다임이 항원 중심에서 플랫폼 경쟁 중심으로 이동하는 가운데, 면역증강제 기술을 둘러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차백신연구소의 독자 기술은 국내 백신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감염병 대응 역량확보에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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