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대한민국 개량신약 새 역사를 쓴
‘1000일’의 도전

2025.05.16

지난 4월 16일, CMG제약에 낭보가 날아들었다. CMG제약이 개발한 개량신약 ‘메조피(Mezofy)’가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해 품목허가를 받았다는 내용의 서신을 美 식품의약국(FDA)이 보내왔다. 복약 순응도를 높인 필름형 제형으로 개발된 이 정신질환 치료제는 단순한 제품의 진화를 넘어, 국내 제약사의 글로벌 도전에서 획기적인 이정표를 세운 사례로 꼽힌다. 이 성과의 중심에는 CMG제약의 품목허가 전담 조직, OSF TF가 있다.

메조피(당시 데핍조)는 원래 제제연구본부의 글로벌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제제연구본부 내 다른 국내 프로젝트들과 병행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는 의견에 따라, 메조피를 전담하는 프로젝트 TF인 OSF(Oral Soluble Film, 구강용해필름) TF가 2022년 중순에 신설됐다.

<오른쪽부터 정현준 수석, 김정수 주임, 김종엽 선임, 손혜린 선임, 정수린 선임>

OSF TF는 다섯 명의 전문가로 구성됐다. 팀 리더인 정현준 수석은 과거 필름 제형에 최고 용량을 담은 약물을 개발, 글로벌 제약사인 화이자에 기술이전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OSF TF의 전략 수립과 실행을 총괄했다.

나머지 네 명의 팀원들도 약물 개발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합류했다. 정수린 선임은 다른 제약사에서 QbD(Quality by Design, 설계 기반 품질고도화) 기반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OSF TF에서는 QbD 전략수립과 RA(리스크 관리), CTD(국제공통기술문서) 작성 업무를 맡았다.

손혜린 선임은 CMG제약 제제연구본부 분석연구팀에서 완제의약품 분석연구를 담당한 경험을 살려 제품 분석법 개발, 불순물 평가 및 관리전략 등을 수행했다. 김종엽 선임도 CMG제약 제제연구본부 제제연구팀 소속으로, 대학원에서 메조피의 원료인 아리피프라졸 연구를 진행한 경험이 있다.

막내인 김정수 주임은 대학원 졸업 후 진로를 찾던 중 CMG제약에서 GRA(의약품 해외허가) 직무를 채용한다는 공고를 보고 입사했다. OSF TF에서는 협력 기관과의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맡았다.

메조피 프로젝트는 단순한 제품 출시가 아닌, 회사의 글로벌 전략 과제입니다. 美 FDA 품목허가라는 단일 목표를 위해 다양한 부서에서 경험과 전문성을 보유한 인재를 선발, OSF TF팀을 조직했습니다” – 정현준 수석

<CMG제약 이규현 부사장(왼쪽에서 넷째)과 OSF TF 팀원들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

CMG제약은 메조피의 강점인 ‘필름 제형’을 내세워 2019년 FDA에 NDA(신약허가신청)를 제출했다. 그러나 주 성분 제조사인 인도 헤테로社의 불순물 이슈가 불거지며, 메조피 자체에 문제가 없음에도 CRL(보완신청요구서)를 받게 됐다.

OSF TF는 FDA의 보완 지시사항을 이행하는 것은 물론, 문제의 뿌리부터 개선하는 전략을 택했다. 주성분 불순물 관리, 제형의 품질 일관성, 공정 밸리데이션 등에 대응하기 위해 독일 제조사, 영국 분석기관, 미국 허가컨설팅 회사와 긴밀히 협업했다. 이규현 부사장이 프로젝트 전체를 진두지휘하고, OSF TF는 세부 과제를 구체화하고 이를 완수하는데 집중했다. 이러한 협업으로 전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필름 제형 특화 연구 데이터를 확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품목허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가장 아찔했던 순간은 FDA 품목허가 재신청을 불과 3개월 앞두고 터진 독일 제조사의 장비 오류 이슈였다. 독일 제조사가 안전 관리 강화를 위해 새로 도입한 분말 투입장치에 오류가 있었다는 사실을 FDA에 보낼 시제품 생산이 완료된 시점에 발견한 것이다.

<FDA가 보낸 메일을 검토하는 손혜린 선임과 김정수 주임>

독일 제조사에 신속하게 연락해 어떤 문제가 발생했는지 파악하고, 신규 제조 일정을 빠르게 협의했습니다. 독일 현장에 찾아가 생산 전 과정을 면밀하게 검토했고, 예측과 목표에 100% 부합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었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허가 서류 준비가 한 달 이상 지연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팀원들이 저녁과 주말을 모두 반납하며 최선을 다한 끝에 최고의 품질과 데이터를 갖춘 허가 신청서를 적시에 제출해, 허가 성공이라는 소중한 결실을 맺었습니다” – 정현준 수석

팀내 협업 과정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긴밀하게 소통했다. 출장이 잦은 만큼 메신저나 클라우드 기반 협업 툴을 적극 활용했고, 출장이 없을 때는 대면 회의로 업무현황을 공유했다.

“FDA의 보완 대응(IR)은 수일 내 반영이 필요한 초단기 작업입니다. 다행히 우리 팀은 수평적인 팀 문화를 갖고 있고 지속적으로 소통해왔기에, 각자의 업무를 하면서 다른 팀원의 업무까지 보조하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 냈습니다” – 손혜린 선임

메조피의 FDA 품목허가는 OSF TF의 노력이지만, CMG제약의 전 부서가 지원을 했기에 가능했다. 그 중 디자인팀의 역할이 컸다는 것이 팀원들의 이야기다.

FDA가 품목허가 과정에서 제품 라벨에 대한 질문과 개정 요청을 빈번하게 해왔는데, 이로 인해 제품 라벨 디자인을 책임지는 디자인팀과 실시간 협업이 중요해졌다.

라벨은 제품의 안전성, 유효성 등 사용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요소로, FDA에서 잦은 수정 요구를 해왔습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급박하게 연락을 드릴 수밖에 없었는데도 디자인팀에서 흔쾌히 도와주셨습니다. 더 좋은 제안을 주시기도 하셨습니다. 이 과정에서 메조피 프로젝트의 완성도가 높아졌다고 생각합니다” – 정수린 선임

OSF TF는 메조피의 품목허가 업무에만 매진한 것은 아니었다. 품목허가 이후를 바라보고, 미국 시장에서 제품이 안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2024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바이오 USA 2024’에 참가한 것도 이 일환이었다. 정현준 수석은 CMG제약 해외영업팀과 바이오 USA에 참가, 미국 바이어들을 만나며 제품의 우수성을 알렸다.

비즈니스 미팅에서 만난 파트너들은 메조피의 복용 편의성, 차별화된 제형 기술, 완성도 높은 품질에 매우 긍정적이었습니다. 메조피의 강점이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요소로 부각되면서, 일부 파트너사와 구체적인 협력 논의까지 했습니다” – 정현준 수석

<정현준 수석은 2024바이오 USA에 참석해 CMG제약의 필름 제형과 메조피(당시 데핍조)의 우수성을 알렸다>

OSF TF팀은 2022년 출범 이후, 어느덧 만 3년을 지나왔다. 그 동안 많은 경험을 쌓았고, 커리어에 큰 도움이 됐다는 것이 팀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마지막으로 TF를 준비하는 동료들에게 정현준 수석은 무엇보다 믿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큰 프로젝트일수록 혼자가 아닌 팀 전체가 움직여야 하며, 서로를 믿고 자신을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

뉴스룸
카카오톡 채널 추가

차바이오그룹이 전하는 산업, 비즈니스,
트렌드 등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구독하기
추천 컨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