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 

독자개발 면역증강제 활용
‘설하투여형 점막백신’ 최초 개발 도전

2024.02.01

현재 상용화된 백신 대다수는 주사기를 사용해 접종한다. 약물을 체내에 확실하게 주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사 접종에는 반드시 전문 의료진이 필요하고, 저온이나 초저온 상태에서 백신을 유통해야 한다. 저개발 국가의 경우 인력 확보, 유통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점막백신은 인체 점막에 백신 물질을 투여하는 방식으로, 주사 접종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어 각광 받고 있다. 차백신연구소는 코로나19 백신의 설하투여형 점막백신 개발 가능성을 최근 확인했다.

백신은 바이러스나 세균을 약화시켜 투입하는 생백신, 죽여 투입하는 사백신, 단백질로 세균이나 바이러스와 유사한 항원을 만들어 투여하는 재조합 단백질 백신 등 종류가 다양하다.

만들어진 백신을 주사기로 체내에 투여하면, 항원은 여러 경로를 통해 우리 몸의 면역세포에 포식되고 그 과정에서 항원에 대응하기 위한 항체나 면역세포를 만드는 면역반응이 유도된다. 한 번 외부의 침입을 인식한 우리 몸은 항원이 다시 들어왔을 때 항원이나 면역세포를 신속히 만들어 질병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는다. 즉, 항원이 체내에 들어온 다음에 대응하는 방식이며, 신체 전체에서 면역반응을 유도한다.

<점막백신 중 코의 점막으로 약물을 투여하는 비강백신>

점막백신은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을 막아내는 1차 방어선인 점막에 백신을 투여한다. 점막에 백신을 투여하면 항체나 면역세포가 점막에서 특정 바이러스나 세균이 체내로 침입하기 전에 방어할 수 있어 보다 효율적이다. 점막면역 반응 이후 전신면역 반응도 유도할 수 있어 주사 접종 백신보다 효과적인 방어효능을 유도할 수 있다.

또 점막백신은 대부분 상온 보관이 가능하고 주사기가 필요하지 않아 의료진과 의료시설이 부족한 중저소득 국가에서도 접종을 확대할 수 있어 백신 공급의 불균형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하지만 한계도 있다. 점막백신에 적합한 면역증강제가 없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주사형 재조합 단백질 백신에 널리 사용되는 면역증강제인 Alum(알루미늄염)은 점막백신에서는 효과를 거의 발휘하지 못한다. 때문에 상용화된 점막백신은 약독화 생백신 혹은 사백신이다.

<점막으로 약물을 투여할 때 약효가 작용하는 신체 부위>

점막백신은 어디에 투여하느냐에 따라 점막면역이 생성되는 부위가 달라진다. 그래서 어떤 질환을 타깃으로 하느냐에 따라 투여 부위도 달라진다.

경구투여는 입으로 복용하는 방식이다. 입을 통해 소화기로 약물이 전달, 체내 면역세포가 많이 분포하는 장의 점막면역을 유도한다. 반면 호흡기나 편도, 생식기 등에 있는 점막에는 면역반응을 잘 유도하지 못한다. 그래서 경구투여 점막백신은 소화기 질환을 타깃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점막백신 중 가장 먼저 개발된 소아마비 백신을 비롯해 콜레라 백신, 로타바이러스 백신, 장티푸스 백신 등이 경구투여 방식이다.

콧속 점막에 백신 물질을 투여하는 비강투여 점막백신도 있다. 콧속 점막을 자극해 경구나 비강, 호흡기, 생식기 등에서 면역반응을 유도한다. 구강투여 방식과 달리 장내 점막에서는 면역반응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주로 호흡기 질환을 타깃으로 개발되고 있다. 현재 비강 스프레이 방식의 인플루엔자 백신인 ‘플루미스트’가 상용화됐다.

혀 아래에 약물을 녹여 투여하는 설하투여형 방식도 있다. 설하투여형 점막백신도 비강투여 방식과 비슷하게 경구나 비강, 호흡기에서 강력한 점막면역을 유도한다. 비강투여 점막백신은 중추신경계에서 염증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데, 설하투여형 점막백신은 연구과정에서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까지 상용화된 백신은 없지만, 여러 기관에서 연구 중이다.

차백신연구소도 설하투여형 코로나19 점막백신 개발 연구를 하고 있다. 이 연구는 ‘재단법인 국제보건기술연구기금(이하 라이트재단)’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라이트재단은 세계 공중보건 증진을 위해 한국 보건복지부와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 국내 생명과학기업들이 공동 출자해 설립한 민관협력 국제보건연구기금이다.

이 연구에서 차백신연구소는 점막백신에 적합한 상용화된 면역증강제가 없다는 사실에 주목, 독자개발한 면역증강제를 제공했다. 공동개발에 참여한 팬젠은 코로나19 백신용 항원을 생산했고, 스위스 바이오 기업인 BioLingus(바이오링구스)는 설하 백신 전달 플랫폼 기술을 제공했다.

차백신연구소는 독자개발한 면역증강제 ‘L-pampo™(엘-팜포)’를 사용한 설하투여형 백신을 항원 단독투여 백신, 전달물질 단독투여 백신과 효능을 비교했다. 연구 결과 항원 단독투여 및 전달물질 단독투여군은 lgA를 전혀 생산하지 못했지만, 엘-팜포가 포함된 백신은 비교군 대비 4~5배 높은 농도로 lgA를 생성했다. 체액성 면역반응은 40배, 세포성 면역반응도 비교군에 비해 50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허가 받은 비강투여 점막백신인 ‘플루미스트’와 비교 연구도 진행했다. 그 결과 차백신연구소의 설하투여형 백신이 특정 항원에 대한 점막면역과 체액성 면역반응에서 비강 스프레이 백신 대비 동등 이상의 효과를 유도했다. 이는 설하투여형 제형이 비강 스프레이 제형보다 우수한 점막면역 유도백신으로서의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차백신연구소는 이 연구를 토대로 설하투여형 백신 플랫폼 개발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의료 기반이 충분하지 않은 중저소득 국가를 위해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글로벌 공중보건 위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혁신적인 기술을 꾸준히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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