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주권 4] 체세포 복제기술로
줄기세포치료제 개발 한단계 도약

2024년 12월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첫번째 중간엽줄기세포 치료제가 등장했다. 호주 세포치료제 개발 기업인 메조블라스트(Mesoblast)가 개발한 줄기세포치료제 ‘라이온실(Ryoncil)’이 그 것이다. 라이온실은 스테로이드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급성 이식편대숙주병 치료제로 생후 2개월 이상 소아에게 사용한다. 이식편대숙주반응은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 후 공여자의 면역 세포가 수혜자의 조직을 이물로 인식하여 공격하는 합병증이다.

줄기세포치료제는 자기재생능과 분화능이라는 특성과 항섬유화, 항염증 효과를 활용해 기존 치료법으로 해결되지 않는 많은 치료 영역에 활용 될 수 있다.
그동안 줄기세포치료제 인·허가에 보수적이었던 미국 현지 분위기가 변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줄기세포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바이오기업들이 임상 진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많은 환자 혜택 보려면 동종 세포치료제 개발돼야
현재 전 세계 줄기세포 시장에서 성체줄기세포에 대한 연구가 가장 활발하다.
성체줄기세포는 자가 줄기세포와 동종 줄기세포로 나뉜다. 자가(Autologous)는 말 그대로 내 몸에서 얻은 줄기세포를 말하고, 동종(Allogenic)은 같은 조직에서 분리했지만 다른 사람의 몸에서 얻은 세포를 뜻한다. 성인의 골수나 지방 조직에서 추출한 미분화세포로 쉽게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연구가 오랫동안 지속돼 왔던 만큼 이미 치료제까지 출시됐다.
하지만 성체줄기세포는 인체의 모든 세포나 조직으로 분화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이 배아줄기세포다. 배아줄기세포는 사람의 정자와 난자가 수정된 후 약 5일쯤 된 배아(수정란)에서 만들어지는 원시세포로, 인체의 모든 세포 유형으로 분화할 수 있는 특성을 갖고 있다.

줄기세포치료제 이용이 보다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자기세포가 아닌 동종 세포를 이용한 치료제가 개발되어야 한다. 동종 세포는 한 명의 공여자로에게서 확보한 세포를 여러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어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제조 가격도 낮다. 다만 동종 줄기세포는 타인의 세포이므로 면역거부 반응을 일으킬 수 있어, 면역억제제를 함께 사용하거나 조직적합성항원(HLA)이 일치하는 사람의 세포를 사용해야 한다. 조직적합성항원은 나의 조직과 다른 사람의 조직을 구별하는 항원으로, 유형이 아주 다른 사람의 장기나 세포를 이식 받을 경우 심각한 거부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현재까지 대한민국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전문의약품’으로 허가한 줄기세포치료제는 모두 4개다. 이 중에서 다른 사람의 제대혈 줄기세포를 이용해 개발한 동종 줄기세포치료제 하나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면역거부반응 극복한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기술
차병원·차바이오그룹은 2014년 세계 최초로 성인의 체세포를 이용해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주(NT-ESC)를 확립하는 데 성공했다.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는 체세포를 핵이 제거된 난자와 결합해 초기 배아를 형성하고, 모든 조직으로 분화 가능한 줄기세포를 만드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환자의 유전적 정보를 그대로 보유한 맞춤형 배아줄기세포를 제작할 수 있다.

NT-ESC는 기존 배아줄기세포나 타인의 세포를 활용한 치료제와 달리 면역거부반응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면역거부반응이 줄어들면 면역억제제 사용 부담이 적고, 장기적으로는 환자에게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세포치료가 가능해진다. 또한, NT-ESC는 배아줄기세포와 동일한 전분화능을 가지면서도 체세포 유래 유도만능줄기세포(iPSC)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전적 변이 가능성이 낮아 안전성이 높은 세포치료제 개발이 가능하다. 이러한 특성을 바탕으로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기술은 면역거부반응을 극복한 차세대 세포치료제로서 큰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HLA 동형접합 공여자의 체세포를 이용하면 HLA가 부분일치하는 다수의 환자에게 면역거부 반응 위험을 낮춘 동종 세포를 제공할 수 있어, 넓은 범위에서 세포치료가 가능해진다. 한 쌍의 대립 유전자가 서로 같은 경우를 동형접합(homozygous), 서로 다른 경우를 이형접합(heterozygous)이라고 한다. 드물게 부모로부터 동일한 HLA 유전자 세트를 물려받아 HLA-A, HLA-B, HLA-DR이 모두 동형접합인 사람이 있다. 다른 사람에게 이식할 때 원래는 6개의 HLA 항원이 전부 일치해야 이식이 가능한데 이런 사람은 상대방이 HLA-A, HLA-B, HLA-DR 즉 3개만 일치하면 세포 이식이 가능하다.
이는 환자의 면역거부반응을 최소화하고, 면역학적 차이를 줄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RhD- O형과 같은 드문 혈액형이나 여성 등 특정 생물학적 특성을 지닌 공여자의 체세포를 이용하면, 혈액형이나 성별에 맞는 줄기세포를 생성할 수 있어 환자 개인의 특성에 최적화된 치료가 가능해진다.
이러한 맞춤형 세포치료는 환자의 개인적인 유전적 특성과 면역학적 특성을 반영한 혁신적인 접근법으로, NT-ESC 기술의 임상적 활용 가능성과 치료 적용 범위를 확장할 수 있는 핵심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2013년 미국의 마탈리포프 박사팀이 태아 유래 세포주를 이용해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주를 확립한 적이 있었지만, 환자 본인에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줄기세포치료를 필요로 하는 대부분의 환자는 성인이기 때문에, 치료에 실질적으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살아있는 본인의 성인 체세포를 이용한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주의 확립이 필수적이었다.
차병원·차바이오그룹 연구진은 성인 환자의 체세포를 이용해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NT-ESC)주를 확립함으로써,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 치료의 가능성을 입증한 데 큰 의의가 있다. 연구결과는 줄기세포 분야 국제학술지 셀스템셀(Cell Stem Cell)에 게재됐다.
뿐만 아니라, 2015년 차병원 연구진은 미국 하버드대학 교수팀과 공동연구를 수행해 인간 체세포 복제 배아의 발생을 저해하는 후성유전학적 요인(epigenetic barrier)을 최초로 찾아냈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인자를 도입함으로써 인간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주의 발생률을 높였다. 이를 통해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주의 성공률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기술을 확립했다. 기존 1~2%에 불과하던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생성률을 7%까지 약 3배 이상 향상시켰다. 이 연구결과는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주 수립의 기술적인 제약을 극복하는 해결점을 찾았다는데 의의가 있다.

차바이오텍, 파킨슨병 자가유래 핵치환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파킨슨병은 알츠하이머병 다음으로 흔한 신경퇴행성 뇌 질환으로, 연령이 높아질수록 이 병에 걸릴 위험은 증가한다. 발생빈도는 인구 1,000 명 당 1~2명으로 알려져 있다. 60세 이상의 노령층에서는 약 1%, 65세 이상에서는 약 2%가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
차바이오텍은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기술을 기반으로 파킨슨병 환자 맞춤형 치료제 ‘NTESC-101’을 개발하고 있다. 기증받은 동결 난자의 핵을 제거한 후, 파킨슨병 환자의 피부에서 체세포를 추출, 이를 이식해 체세포 복제 배아를 생성한다. 형성된 복제 배아에서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유도한 뒤, 도파민 분비 기능을 가진 신경 전구세포로 분화 시킨다. 이렇게 분화된 세포를 환자의 도파민 신경세포가 손상된 뇌 병변 부위에 이식해 환자 맞춤형 세포치료를 구현하는 방식이다.
차바이오텍은 2027년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첨생법)』에 따라 임상연구를 수행하고, 치료허가를 받을 계획이다. 현재 공여자 적합성 기준에 맞는 건강한 난자를 공여 받는 절차 및 생식세포 처리시설 허가 절차를 진행 중이다. 치료제 개발에 성공할 경우, 면역거부반응 없이 파킨슨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차바이오텍은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제조 및 보관방법에 대한 국내 특허와 일본 특허를 2019년과 2020년 각각 취득했다. 차바이오텍은 대학, 연구소, 병원 등과 협력해 배아줄기세포의 활용범위를 다양한 난치성 질환으로 넓히기 위해 R&D를 추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