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 

[세포주권 5] 단성생식
범용 줄기세포치료제 개발의 발판

2025.11.27

최근 ‘처녀출산(virgin birth)’이라고 불리는 현상이 주목 받고 있다. 영국 데일리메일(Daily Mail) 보도에 따르면 2025년 8월 영국 버밍엄 인근 동물원에서 암컷 도마뱀이 수컷과 접촉 없이 여덟 마리의 새끼를 낳아 화제가 됐다. 과학적으로 ‘단성생식(parthenogenesis)’이라 불리는 이 현상은 수정되지 않은 암컷의 난자에서 자손이 태어나는 무성생식의 한 형태다.

일반적으로 배아는 난자와 정자의 결합으로 만들어지지만, 단성생식의 경우 난자에 전기자극이나 물리적·화학적 자극을 줘서 마치 수정된 것처럼 발생과정을 거치는 것을 말한다. 단성생식으로 만들어진 배아줄기세포는 다양한 세포로 분화할 수 있어 손상된 조직이나 장기를 재생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단성생식은 파충류, 조류, 어류와 무척추동물 등에서 드물게 나타난다. 1965년과 1968년에 수행된 연구에서는 칠면조의 단성생식이 확인됐다. 1924년과 2008년 수행된 연구에서 과학자들은 금화조와 사육용 비둘기의 단성생식을 확인했지만, 비둘기의 경우 알이 실제 부화하지는 못했다. 2021년에는 10년간 암컷 상어 두 마리가 사육되고 있던 수조에서 새끼 상어가 부화해 화제가 됐다.

자연상태에서 포유류의 단성생식은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많은 과학자들이 난치병을 치료하기 위한 줄기세포를 얻기 위해 포유류의 난자에서 단성생식을 인위적으로 유도하는 연구를 해왔다. 2004년 국내 연구진이 체세포 핵이식으로 보고했던 인간 배아줄기세포가 2007년 유전학적 재분석에서 단성생식 기원으로 판명되며, 인간 단성생식 배아줄기세포(phESC)의 첫 사례로 재해석되고 있다. 같은 해 미국 라이프라인 셀 테크놀러지(Lifeline Cell Technology) 연구팀은 수정되지 않은 인간의 난자를 자극해 배아를 만들고 여기서 줄기세포를 추출, 의도적으로 단성생식 배아줄기세포(phESC)를 만드는 데 최초로 성공했다. 연구팀은 여성 5명에게서 얻은 미수정 난자를 자극해 6개의 단성생식 배아줄기세포주를 만들어냈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난자로만 만든 이 배아줄기세포가 정자와의 수정에 의해 만들어진 정상적인 배아줄기세포와 마찬가지로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실험으로 입증했다. 연구결과는 줄기세포 분야 과학저널인 ‘복제와 줄기세포'(Cloning and Stem Cells)에 게재됐다.

세포치료제의 최대 한계는 면역원성이다. 적혈구를 제외한 사람의 모든 조직과 혈액세포에는 조직적합성항원(HLA, Human Leukocyte Antigen)이라는 단백질이 존재한다. 조직적합성항원은 나의 조직과 다른 사람의 조직을 구별하는 항원으로, 유형이 다른 사람의 장기나 세포를 이식할 경우 심각한 거부반응이 일어나게 한다. 환자 자신의 세포를 이용한다면 면역거부 반응은 피할 수 있지만, 제조시간이 오래 걸리고 천문학적인 비용이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다.

HLA는 HLA-A, B, C, DP, DQ, DR 등 많은 항원의 조합으로 구성된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 염색체는 한 쌍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HAL 역시 부모로부터 하나씩 물려 받는다. 그래서 같은 부모에서 태어난 형제라 할지라도 HLA가 일치할 확률은 25% 밖에 되지 않는다. 타인 간 일치할 확률은 수천에서 수 만명 중 1명에 불과할 정도로 확률이 낮다.

드물게 부모로부터 동일한 HLA 유전자 세트를 물려받아 한 쌍의 대립 유전자가 서로 같은 경우를 동형접합(homozygous)인 사람이 있다. 다른 사람에게 이식할 때 원래는 6개의 HLA 항원이 전부 일치해야 이식이 가능한데 동형접합인 사람은 상대방의 HLA 중 하나만 일치하면 세포 이식이 가능하다. HLA 동형접합 공여자의 난자를 이용해 배아줄기세포주를 구축한다면 면역거부 반응을 최소화 할 수 있다. 비용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난자만으로 수립되는 단성생식 배아줄기세포의 경우 난자 유래의 HLA 항원만 존재하기 때문에 대부분 동형접합이 된다. 이를 이용해 50종의 서로 다른 세포주를 구축하면 대한민국 국민의 약 80%는 면역 거부반응이 없는 줄기세포를 활용할 수 있다. 이는 광범위한 환자군에 적용할 수 있는 ‘맞춤형’ 또는 ‘범용’ 세포치료제를 개발하는 기반이 된다.

차병원·차바이오그룹은 난임센터에서 폐기되는 난자를 기증받아 연구에 활용할 계획이다. 차병원이 운영하고 있는 난임센터에는 많은 여성들이 난소 기능 저하가 우려되거나, 항암 치료를 앞둔 경우, 미혼이지만 추후에 임신 계획인 있는 경우 등 다양한 이유로 난자를 동결보관하고 있다. 자연 임신 또는 동결 난자를 이용해 임신을 한 경우, 보존 기간이 지났거나 임신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 등 여러 이유로 한해 800개 이상의 난자가 폐기되고 있다.

2007년 인간 난자를 이용해 단성생식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한 이후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생명공학 기업인 국제줄기세포공사(International Stem Cell Corporation)는 HLA 동형접합 줄기세포 라인 4종을 수립해 범용 줄기세포치료제 개발의 가능성을 제시했고, UC 어바인대학 하네스(Harness JV) 교수팀은 일반 인간배아줄기세포와 단성생식 인간배아줄기세포를 비교해 유사성을 확인한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중국과학원 동물연구소 줄기세포 및 생식생물학 국가중점실험실(State Key Laboratory of Stem Cell and Reproductive Biology)의 왕유카아(Yu-Kai Wang) 교수팀은 임상급(Clinical-grade) 단성생식 배아줄기세포에서 분화한 중뇌 도파민 뉴런을 영장류 파킨슨병 모델에 이식해 24개월 추적 관찰한 결과 운동기능을 회복한 것을 확인했다.

국제줄기세포공사(International Stem Cell Corporation)는 파킨슨병 환자 4명을 대상으로 단성생식 인간배아줄기세포에서 분화시킨 신경줄기세포를 중증의 파킨슨병 환자에게 투여해 안정성을 평가하는 1상 임상시험을 호주에서 진행했다.

차병원·차바이오그룹은 마우스를 이용해 단성생식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배아줄기세포를 얻기 위해서는 배반포의 내부 세포를 분리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배아가 파괴되기 때문에 윤리적인 문제가 논란이 됐다. 단성생식 배아줄기세포는 난자만으로 만든 세포이기도 하고, 단성생식으로 만든 배아는 자궁에 넣더라도 태아로 자랄 수 없기 때문에 윤리적인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현재 많은 연구자들이 일본의 역분화 줄기세포(iPS), 미국의 배아줄기세표포(ES)를 이용해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들 세포를 연구에 쓰면서 꼬박꼬박 기술료를 낼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배아줄기세포는 뇌·혈관·근육 등 우리 몸에 있는 모든 세포로 변할 수 있어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만능 세포로 불린다. 질병이 발생한 조직을 재생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 낼 수 있고, 더 나아가 장기 이식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차병원·차바이오그룹은 단성생식 배아줄기세포 제조에 대한 미국과 한국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특허기술을 활용해 단성생식 배아줄기세포주를 구축해 세포주 바이오뱅크를 만들면 우리의 세포주와 기술을 바탕으로 세포치료제를 개발·생산·상용화함으로써 세포주권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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