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생물보안법으로
전세계 CDMO 경쟁 구도 재편

2026.03.11

2025년 1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방수권법(NDAA)에 최종 서명하면서 생물보안법이 발효됐다. 미국 국가 안보에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는 특정 바이오 기술 제공자와의 계약 및 보조금 지급을 금지하는 것이 법안의 핵심이다. 중국 바이오 기업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생물보안법 시행에 따라 중국 바이오 기업들은 미국 시장에서 퇴출 수순을 밟게 될 전망한다. 발효 후 1년 이내에 규제대상 기업 명단이 발표될 예정이며, 기존 계약은 2032년까지 유예되지만 신규 계약의 경우 중국 외 기업을 선택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글로벌 CDMO(위탁개발생산) 시장의 강자인 우시앱텍, 우시바이오로직스를 비롯해 유전체 기업 BGI, MGI테크 등이 주요 타깃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국 바이오협회에 따르면 현재 미국 바이오 기업의 79%가 중국 CDMO 업체에 의존하고 있다. 생물보안법 시행으로 발생할 공급망 공백을 공략하기 위해 국내외 CDMO 기업들은 미국 내 생산 거점 확보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글로벌 수주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관세와 리쇼어링(본국 복귀) 정책 등 ‘메이드 인 USA’ 기조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미국 내 생산시설의 중요성이 지속적으로 높아짐에 따라, 글로벌 제약사들은 앞다투어 현지 연구 및 생산시설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일라이 릴리는 2020년 이래 미국에서 의약품 제조와 관련해 총 5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존슨앤존슨은 앞으로 4년 동안 550억 달러 이상을 미국 내 생산시설 구축과 의약품 연구개발에 투자할 계획이고, 노바티스는 5년 동안 총 230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내 인프라를 강화한다. 로슈,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 아스트라제네카 역시 앞으로 5년 동안 각각 500억 달러, 400억 달러, 500억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후지필름 바이오테크놀로지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홀리 스프링스 지역에 32만리터 규모의 설비 확장을 마무리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5년 12월 22일 글락소스미스클라인과 미국 메릴랜드주 락빌에 위치한 휴먼지놈사이언스와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 인수 계약을 했다. 인수 금액은 2억 8000만 달러규모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첫 미국 내 생산거점이다. 락빌 시설은 총 6만 리터 규모의 원료의약품 공장으로, 임상부터 상업 생산까지 가능하다.

셀트리온은 2025년 9월, 미국 뉴저지주 브랜치버그의 일라이 릴리 생산시설을 3억 3,000만 달러에 인수하며 관세 리스크 해소에 나섰다. 2026년 1월 공장 개소식을 통해 공식 출범을 알린 셀트리온은 생산 규모를 최대 13만 2000리터까지 확대해 글로벌 CDMO 사업의 전진기지로 삼을 방침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23년 BMS의 뉴욕 시러큐스 공장을 인수해 가동 중이며, 최근 미국 바이오 기업과 임상 3상 및 상업화 프로젝트 수주를 성사시키는 등 지리적 이점을 활용하고 있다. 특히 가동을 시작한 항체·약물 접합체(ADC) 전용 생산라인은 미국 내에서 희소성이 높아 차세대 항암제 시장의 거점이 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이밸류에이트 파마(Evaluate Pharma)는 2021~2026년 글로벌 세포유전자치료제(CGT) 시장이 연평균 49%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했고, 프레시던스리서치는 2034년까지 연평균 18.6% 성장해 1174억 6000만 달러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2017년 CAR-T 세포치료제인 킴리아(Kymriah)의 최초 FDA 승인을 계기로 임상연구가 매우 활발해졌고, 유전자변형 세포치료제 연구가 늘면서 유전자치료제의 두 배에 달할 정도로 세포치료제 임상연구가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4년까지 세포치료제 임상시험이 2589건, 유전자치료제 임상시험이 1014건 진행됐다. 대부분이 임상 초기인 1~2상에 몰려 있어 향후 5년 내외로 많은 CGT 제품이 시장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CGT의 CDMO 시장도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차바이오텍의 미국 자회사인 마티카 바이오테크놀로지(Matica Biotechnology Inc.)는 2022년 국내 기업 최초로 미국 텍사스에 CGT 맞춤형 CDMO 시설을 완공했다. CGT의 핵심 원료인 바이럴 벡터(viral vector)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2023년 6월에는 자체 세포주 ‘마티맥스(MartiMax)’를 개발해 바이럴 벡터 생산효율을 높였다. CGT 분야에서 수주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미국 내 2공장 부지도 확보해둔 상태다.

임상 등급 세포치료제와 국내 상업용 세포치료제를 생산할 수 있는 GMP 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마티카바이오랩스와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 2026년 1분기 완공 예정인 CGB(Cell Gene Bioplatform)와 연계해 CGT 개발부터 생산, 임상까지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한다.

<마티카 바이오테크놀로지 내부 설비 모습>

미국의 생물보안법 시행에 따라 기존 중국 업체를 대신해 한국∙일본∙인도 CDMO 기업을 파트너로 찾는 글로벌 바이오 기업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폴 김 마티카 바이오 대표는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단순히 비용 효율적인 곳보다는 고품질과 신뢰성을 보장하는 CDMO가 각광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진입 장벽이 높은 CGT 분야에서는 바이럴 벡터 생산 및 유전자 편집 등 핵심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 경쟁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마티카 바이오테크놀로지 폴 김 대표>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바이오 제약사들은 검증된 CDMO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거나, 소규모 CDMO 기업을 인수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CGT 분야는 진입 장벽이 높기 때문에, 기술력 있는 기업 간의 협력은 더욱 중요해진다.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고 경쟁에서 앞서나가기 위해 CDMO들은 제조 공정의 효율을 높이고, 신기술을 도입해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데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 생물보안법은 CDMO 시장의 글로벌 경쟁 구도를 재편하고, 기술 중심의 새로운 성장을 이끄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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