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K세포가 항체를 만났을 때
암 공격력 더 강해진다
항암제는 1세대 화학항암제, 2세대 표적항암제에 이어 3세대 면역항암제로 발전해 왔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 면역세포인 ‘T세포’에 키메릭 항원 수용체(Chimeric Antigen Receptor; CAR)를 적용해 암세포만 타격하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CAR-T세포치료제(Chimeric Antigen Receptor T cell Therapy)가 개발돼 ‘꿈의 항암제’, ‘기적의 항암제’라고 불리고 있다. 한 번 투여로 완치율이 50%에 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 한번의 투약을 위해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 할뿐만 아니라 아직까지 혈액암, 피부암 외에는 허가 받은 적응증이 없다.
최근에는 T세포와 달리 타인의 세포를 투여할 수도 있을뿐만 아니라, 부작용도 적고, 대량 생산이 가능해 비용도 낮출 수 있는 장점을 가진 NK세포치료제가 주목 받고 있다.
NK세포는 T세포에 비해 체내 지속성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항체 의존 세포 독성(Antibody-Dependent Cellular Cytotoxicity, ADCC)을 기반으로 항체 병용 연구가 활발히 시도되고 있다. 항체의존 세포독성은 NK세포를 항체와 함께 투여했을 때 NK세포의 암세포 살상 효과가 높아지는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으로 국내에서는 차바이오텍과 GC셀, 해외에서는 페이트 테라퓨릭스(Fate Therapeutics)가 NK세포와 항체 병용요법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차바이오텍, NK세포 활성도 높여 종양살상효과 대폭 증가시킬 것
차바이오텍은 NK세포를 활용해 고형암 면역세포치료제 ‘CBT101’을 개발하고 있다. 항암 효과를 증가시키기 위해 병용요법에 필요한 물질이전 계약을 하는 등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고 있다.
먼저 미국 면역항암제 개발 기업 캔큐어(CanCure)의 ‘MIC 표적 항체’를 도입했다. 암세포가 방출하는 MIC(MHC class I polypeptide-related sequence) 항원을 표적하는 항체다.
MIC는 NK세포가 암세포를 살상하는 과정에서 중요하게 작용하는 단백질이다. 암세포가 방출하는 MIC-A, B 등이 NK세포가 암 세포를 인식하지 못하게 방해해 암 세포에 대한 면역 작용을 약하게 만든다. 이때 ‘MIC 표적 항체’가 MIC-A, B를 차단하면 NK세포가 암을 보다 강력하게 공격하게 된다.
항체 신약을 개발 중인 상트네어바이오사이언스(이하 상트네어)와도 공동연구를 위한 물질이전 계약을 했다. 차바이오텍은 HER2(사람 상피세포증식인자 수용체 2형) 표적 항체인 ‘CTN001’을 이전 받았다. ‘CTN001’은 기존 HER2 항체 치료제의 효능 한계를 극복한 ‘HER2 저발현’ 유방암, 위암 치료용 항체다. HER2는 세포의 성장을 촉진하는 단백질로, 유방암과 위암을 비롯한 여러 고형암에서 많이 생성되어 암세포의 증식과 분화를 일으킨다.
<차바이오텍 연구원이 GMP에서 고형암 면역세포치료제인 ‘CBT101’을 제조·배양하고 있다.>
차바이오텍은 캔큐어·상트네어에서 이전 받은 항체와 건강한 일반인에게서 세포를 채취하는 동종 유래 방식의 NK세포를 병용해 다양한 암종 모델에서 치료효과를 평가할 계획이다. 이번에 받은 항체가 개발 중인 NK세포치료제와 결합해 NK세포의 종양살상효과를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병용요법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 현재 치료제가 없는 미충족 의료 수요가 높은 암을 대상으로 본격적으로 병용요법 임상 개발에 들어갈 계획이다.
해외에 회사 설립해 직접 글로벌 임상 추진하기도
GC셀의 미국 자회사 아티바 바이오테라퓨틱스(Artiva Biotherapeutics, 이하 아티바)는 NK세포치료제 ‘AB 101’을 개발하고 있다. 항체 의존성 세포독성을 강화해 항체·다중 특이적 항체(Engager) 병용 시 강력한 항암효과를 유도한다. 다중 특이적 항체는 2개 이상의 항원과 동시에 결합할 수 있는 항체다.
현재 혈액암 항체치료제인 리툭시맙 병용요법으로 재발·불응성 B세포 비호지킨 림프종(B-NHLL)에 대한 미국 1, 2상 임상이 진행 중이다.
미국 세포유전자치료제 기업 페이트 테라퓨틱스는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를 면역세포로 분화한 후 유전자 편집으로 기능을 추가해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페이트 테라퓨릭스는 다수의 NK세포치료제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있다. NK세포와 ‘리툭시맙’의 병용요법 임상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항체 병용요법을 시도하고 있다.
NK세포치료제 First-in-class 도전…글로벌 시장 선점 기회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Allied Market Research)에 따르면 NK세포치료제 시장은 지난 2018년 140만2000달러에서 2026년 509만6000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임상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임상정보 사이트 ‘클리니컬 트라이얼즈(Clinicaltrials.gov)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1천 여개의 NK세포치료제 관련 임상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NK세포치료제는 아직 승인된 신약이 없어 개발을 마치면 ‘퍼스트 인 클래스(First-in-class)’로 시장을 선도할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기회가 열려있다는 뜻이다.
차바이오텍은 개발 중인 NK세포치료제의 적응증을 교모세포종, 난소암, 간암, 위암 등 다양한 고형암으로 확장하고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고 있다. 독자 배양기술로 항암효과를 높인 NK세포를 만들었다.
항체 병용요법 외에도 NK세포의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 CAR(Chimeric Antigen Receptor; 키메라 항원 수용체)를 적용한 CAR-NK세포치료제를 개발하고 있고, 면역관문억제제와의 병용 용법도 고려하고 있다. 바이오 신약 기술과 물질 등을 조기에 도입해 개발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으로 NK세포치료제의 임상 속도와 성공률을 높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