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주권을 확보해야
치료제 가격 낮출 수 있다”
차광렬 소장, KIW 2025 기조연설서 한국 CGT 전략 제시

차광렬 차병원·차바이오그룹 글로벌종합연구소장은 9월 16일 한국경제신문과 한국투자증권이 공동 주최한 ‘코리아 인베스트먼트 위크(KIW) 2025’ 기조연설에서 한국 세포∙유전자치료제(CGT)의 발전을 위해 ‘세포주권’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CGT 시장 도전, 지금이 ‘골든타임’
1997년 항체 치료제 시장이 막 열렸을 때 한국엔 항체를 제조하는 기술 자체가 없었지만, 지금 한국은 그때와 달리 이미 기반 기술과 인프라가 축적된 상태에서 새롭게 열린CGT 시장을 맞이하고 있다. 실제 2020년대 들어 글로벌 시장에서는 다양한 CGT 신약들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키메릭 항원 수용체 세포(CAR-T) 치료제 신약들이 잇따라 FDA 허가를 따내면서 혈액암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2024년 12월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첫번째 중간엽줄기세포 치료제가 등장했다. 호주 세포치료제 개발 기업인 메조블라스트(Mesoblast)가 개발한 줄기세포치료제 ‘라이온실(Ryoncil)’이 그 주인공이다.
차 소장은 “CGT 시장은 아직 뚜렷한 승자가 없는 초기 단계라서, K바이오 기업도 충분히 10위권 내로 도약할 수 있는 분야”라며 “CGT 시장의 급성장에 맞춰 독자적인 기술을 갖춰야 하고, 지금이 이에 대비하기 위한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마켓어스(Market.Us)에 따르면 글로벌 CGT 시장은 연평균 성장률이 22.6%에 달하고, 2032년에는 780억 달러(약 1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포주권 확보가 가장 시급한 현안 과제

그러나 이를 위한 필수 조건이 있다. 바로 ‘세포주권’이다. 세포주권은 CGT 개발과 산업화에 필요한 원료 세포를 외부 의존 없이 자체 기술과 특허로 확보·공급할 수 있는 역량을 뜻한다.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대량 배양이 가능한 세포인 ‘세포주’의 확보가 필수다. 이러한 세포주 기술은 현재 미국(ESC)와 일본(iPSC)가 가장 앞서 있다. 반면 이러한 세포주를 확보하지 못한 국가의 연구진은 세포주의 연구를 위해 꼬박꼬박 특허료를 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차 소장은 “관련 기술 주권을 확보하지 못한 국내 원전 기업은 美 웨스팅하우스 원천기술을 사용한 원전 1기를 해외에 수출할 때마다 기술료와 물품∙용역구매비를 지불해야 한다”고 원자력발전소의 사례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이어 “줄기세포 치료제 또한 핵심 기술이 미국과 일본의 지식재산권(IP)에 묶여있다 보니, 환자와 신약 개발사 모두에게 비용 부담이 전가되고 있다”며 “로열티 부담이나 외부 원료 도입 없이 국내에서 CGT를 생산·개발할 수 있는 ‘세포 주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포주권 확보 위한 다섯 가지 전략 밝혀
그렇기에 세포주권을 확보하면 장기적으로 CGT 치료제 가격 절감과 접근성 확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차 소장은 이를 위해 다섯 가지 전략을 내세웠다.
가장 우선시 되는 것은 ‘국산 세포주’ 확보다. 미국의 ESC, 일본의 iPSC 처럼 한국만의 K-cell 세포주를 확보하면 특허 종속을 피할 수 있다. 차 소장은 “훨씬 질 좋고 효능성이 뛰어나며 한국이 특허를 보유한 글로벌 세포주로 만들면 다른 나라에서도 임상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로는 이러한 세포주의 표준화 작업이다. 차 소장은 “가령 시험관 아기 시술을 한다 하더라도 세포의 질에 따라 임신 성공률이 10%가 되기도, 70%가 되기도 한다”며 “AI을 기반으로 세포주를 선정하고, 표준화 작업을 진행해 임상 일관성을 높이는 작업이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셋째는 CGT 개발을 위한 인프라와 프로세스를 확보하는 것이다. 차 소장은 “글로벌 CGT의 개발에는 대략 10단계 정도 단계를 거친다”며 “이 중 한 두 개가 누락되면 그만큼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기 때문에, 이러한 인프라와 프로세스를 완벽하게 갖추는 것이 필수다”고 전했다.
그 다음은 ‘오픈 이노베이션 허브’ 구축이다. 세포치료제 개발에서 속도와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양질의 데이터와 네트워크 구축이 필수다. 차 소장은 “차바이오그룹은 CIC와 손을 잡고 올해 말 완공 예정인 CGB(Cell Gene Bioplatform)에 오픈 이노베이션 허브를 구축 중이다”며 “누구나 아이디어만 있으면 저비용으로 치료제 개발에 도전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는 산∙학∙연∙병∙공을 잇는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차 소장은 “기초연구부터 사업화까지 잇는 바이오 에코 시스템을 만들고, 여기에 정부까지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한다”며 “차바이오그룹도 그룹이 보유한 산·학·연·병 에코시스템을 활용해 연구자들이 아이디어만 있다면 신약 개발이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