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기업들 떠오르는 차세대 시장
‘CGT CDMO’ 주목
세포·유전자치료제(CGT) 위탁개발생산(CDMO)이 바이오 업계의 새로운 수익사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CGT는 바이오의약품 시장을 주도하는 항체의약품의 뒤를 이을 3세대 바이오의약품으로 불린다. 환자 개인에 대한 맞춤형 치료제로 질병의 근본적인 원인을 없앰으로써 유전병, 희귀질환 등을 치료할 수 있다. 몸속 면역세포와 유전자를 조절해 각종 질환을 고친다. 치료 영역은 종양에서 시작해 자가면역질환, 근골격계 질환, 심혈관계 질환으로 넓어지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표한 ‘글로벌 시장 전망 및 오픈 이노베이션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CGT 시장은 2021년 기준 약 74억7000만 달러(약 9조7600억원)이며 오는 2026년 555억90만 달러(72조53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49.1%에 달한다.
CGT 시장이 커지면서 CGT CDMO 시장도 함께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CGT CDMO 시장은 지난 2019년 15억2000만 달러(약 1조9000억원)에서 연평균 31% 성장해 2026년에는 101억1000만 달러(약 12조8000억원)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암 등 CGT 대상 질환 환자 빠르게 증가
인구 고령화로 암, 신경퇴행성 질환, 심혈관 질환 등 만성 질환이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다. CGT 중 상당수가 이들 질환을 적응증으로 개발되고 있다.
CGT는 화학치료, 방사선치료 등 기존 암 치료법에 비해 표적 정확성이 높아 암 발병률 증가와 함께 항암제 R&D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암 분야는 다른 질환과 비교할 때 미충족 의료수요가 높아 R&D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전자치료제, RNA 치료제들도 기존 희귀질환뿐만 아니라 항암제, 심혈관 질환 등 다양한 질환을 적응증으로 개발되고 있어 CGT 시장의 성장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CGT 관련 R&D 투자 및 파이프라인 증가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 ‘스핀라자’, ‘졸겐스마’, 혈액암 치료제 ‘킴리아’ 등이 매년 수억 달러 이상의 매출액을 달성하며 성공적으로 시장에 정착하면서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CGT를 유망한 수익 창출 분야로 판단하고 R&D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CGT 분야의 파이프라인은 약 3,300개로 아직까지는 전임상 단계 이전의 파이프라인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다수의 파이프라인이 몇 년 안에 승인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기존치료제들도 적응증을 확대하고 있어 시장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CGT개발, 공정개발 및 분석기술 갖춘 CDMO 역할 필수적
아직까지는 임상에 필요한 CGT 생산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의약품 허가를 받는 CGT가 늘어나면서 CDMO 시장도 함께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2023년에만 7개, 2024년 8월까지 6개의 CGT가 미국 FDA 허가를 받는 등 의약품 허가를 받는 CGT가 증가하고 있다.
CGT 개발이 증가하면서 임상시험용 의약품생산을 넘어 상업화 단계의 생산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CGT를 개발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임상이나 상용화 단계의 치료제를 직접 생산하는 경우 고도의 CGT 기술 개발 이외에도 고려해야하는 것이 많아진다.
경구제나 항체처럼 생산 프로세스가 확립되지 않은 CGT의 공정을 실제 생산으로 옮기는 과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CGT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제조방법 개발, 분석, 규제기관의 요구사항에 맞춘 규격 및 이를 문서화하는 작업과 각종 시설 기준 등 까다롭고 복합적인 준비를 해야한다.
하지만 CGT 전문 바이오기업은 자체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소규모 기업이 대다수다. 공정개발과 분석기술 등 CGT 상업 생산 역량을 보유한 CDMO와 협업하는 것이 보통이다.
국내 기업도 CGT CDMO 진출 활발
현재 국내 바이오기업 중 CGT CDMO 역량을 갖춘 기업은 지씨셀과 차바이오텍, SK팜테코 등이 꼽힌다. 차바이오텍은 미국 마티카 바이오테크놀로지, 한국의 분당차병원 GMP, 마티카바이오랩스, CGB(Cell Gene Biobank), 일본 마티카바이오재팬 등 글로벌 5개 사이트 CGT CDMO 운영하고 있다.
차바이오텍은 2019년 미국 자회사 마티카 바이오테크놀로지를 설립하며 CGT CDMO 사업에 힘을 실었다. 이후 2022년 국내 기업 최초로 미국 텍사스주에 CGT CDMO 시설을 구축했다. CGT를 개발하는 기업이 국내는 물론 글로벌 진출을 할 수 있도록 기업 특성에 맞춰 임상 디자인부터 품목 허가까지 전주기에 걸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판교 제2테크노벨리에 들어서는 차바이오그룹의 CGB(Cell Gene Biobank)>
마티카 바이오테크놀로지는 CGT 분야에서 수주가 늘어날 전망을 감안해 2~3년 안에 미국에 2공장을 확장할 계획이다. 증설 완료 후 생산력은 현재의 약 4배 수준으로 늘어난다. 국내에선 2025년말 완공을 목표로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 CGB(Cell Gene Biobank)를 구축 중이다. 지상 10층, 지하 4층, 연면적 6만6115㎡(약 2만평) 규모로 CGT 단일 시설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SK그룹의 글로벌 CDMO 통합 법인 SK팜테코는 적극적으로 해외 기업을 인수해 역량을 확보한 경우다. 2021년 프랑스 이포스케시에 이어 지난해 미국 CBM까지 인수하며 CGT CDMO 생산시설을 확보했다. 수년 내 연간 10억달러(약 1조3800억원) 매출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24년 독일의 의약품 CDMO 기업 IDT 바이오로지카의 지분 60%를 3390억원을 들여 취득했다. 세계 최초의 항암 바이러스 치료제 ‘임리직’을 생산하고 있는 IDT 바이오로지카를 인수하면서 CGT 사업 진출 기반을 갖추게 됐다.
지씨셀은 국내 최초의 면역세포 항암제 ‘이뮨셀엘씨’ 개발 경험을 기반으로 연간 1만8000팩 규모의 이뮨셀엘씨 자체 생산하고 있다. 아직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2022년 3.3%에서 2024년 1분기 4.5%로 증가 추세에 있다. #